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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목사 칼럼

1914년의 성탄절

1914년, 유럽에서 한창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을 때입니다. 벨기에의 이프르 지역에서는 영국군과 독일군이 격전을 거듭하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참호를 깊이 파고 대치했습니다. 금세 끝날 듯했던 전쟁은 겨울까지 이어졌고, 어느덧 다가온 성탄절 전야는 음산하게 깊어갔습니다. 비록 전쟁 중이었지만 양측의 병사들은 조촐하게 찬송가를 부르며 성탄절을 기념했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양측 참호가 위치해 있었기에, 서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도 각자 성탄절을 기념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독일군의 한 병사가 작은 성탄절 트리를 들고 참호 밖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평소라면 총알이 빗발치듯 쏟아져야 했지만, 놀랍게도 그에게 총을 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무장을 해제하고 참호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양측 병사들은 서로 악수를 하며 성탄절 선물을 나누었고, 지휘관들은 당분간 교전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성탄절을 기념하면서 어제까지 피를 흘리던 죽음의 땅에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온 것입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에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보수와 진보, 남과 북, 회사와 근로자, 심지어 대외 관계까지 이해에 따라 서로 갈등을 일으키며 크고 작은 일들로 신음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다퉜다면, 이제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를 돌아보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특별히 우리에게 참 평화를 가져다주신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며, 예수님이 주신 평화를 이웃에게 나누는 우리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시간과 재정을 내어 섬기고, 서로 잘못한 것이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또 용서해 주는 우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의 사도가 되어 사랑을 전할 때, 1914년의 성탄절에 평화의 기적을 선물해주셨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동일한 기적을 선물해주실 것입니다.†

(恩海)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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